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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 북알프스 산행기
    등산 2018. 6. 9. 13:01

    스위스와 이탈리아를 가로지르는 알프스의 장엄함을 스치듯 보고 지나간 후 다시 알프스에 가서 그 속살을 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가득하다.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일본의 북알프스로 떠나기로 마을을 먹었다. 대한민국 울산에 영남알프스가 있다면 일본에는 북알프스가 있다. 그 산세가 유럽 알프스를 닮았다 하여 북알프스라고 한단다.

    8 4. 등반을 위한 2주간의 짧은 준비를 마치고 드디어 울산역에서 SRT에 몸을 실었다. 울산역에서 동대구까지 20여분 소요 그리고 동대구역에서 대구공항까지 15분 정도 택시를 타고 이동했다. 12 T-way항공 비행기로 나리타까지 2시간 남짓 소요되었다. 보통은 북알프스로 가기위해서는 도야마나 오사카로 입국을 한다. 나리타는 도쿄와 가까이 있는 국제공항이다.

    나리타로 이동하는 경로를 선택한 이번 원정은 북알프스를 3 4일 동안 종주하는 일정이나 후지산을 12일하는 일정은 불가능하였다. 그래서 선택한 일정이 북알프스의 최고봉인 야리가다케(3180m)를 하루만에 등반하고 다음날 후지산(3776m)을 등반하는 것이었다. 3천미터를 넘는 산을 12일동안 2개를 하는 강행군이다.

    일본을 여러 번 왔지만 나리타 공항이 있는 중부지역은 첫 여행이라 조금은 걱정이 되었지만 함께한 든든한 산악인들이 있어서 걱정이 없었다.

    공항에서 3키로 거리에 있는 렌터카 회사로 이동을 해야 하는데 셔틀버스 정류장에는 단 한대의 셔틀버스도 지나가지 않는다. 어떻게 하지? 준비하는 과정에서는 자세한 사항이 없어서 무엇부터 해야 할지 생각하는 사이에 동료가 벌써 택시기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리고 우리는 공항내에 있는 렌트카 접수데스크에 무사히 접수를 하고 셔틀버스를 타고 이동할 수 있었다.

    렌터카 회사에 도착하여 예약한 서류를 제출하고 보험은 모든 위험 사항을 보장하는(8,000) 것이 아닌 일반 보험으로 유지하고 CEP(Central Express Pass)을 임대하였다. CEP는 중부지방의 특정 고속도로를 일정금액만 지불하고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ETC카드(우리나라에서 하이패스와 같은 기능은 한다) 이다. 외국인에게만 임대하는 서비스다. CEP은 비용도 비용이지만 일본 고속도로를 이용할 시 현금을 지불하고 다닌다면 많은 수고를 감수하여야 할 듯 했다.

    렌터카를 빌려 곧장 북알프스가 있는 오쿠히다로 달렸다. 도쿄를 지나는 길에 길을 잃어버려서 도쿄 중심가를 차로 구경도 하는 행운도 얻었지만 우리는 예정된 시간보다 늦은 시간에 겨우 첫날 캠프지로 이동할 수 있었다. 계획된 캠프지 보다 등반 초입에 있는 주차장에 바로 올라가려고 했지만 현지 도로 공사로 새벽 5시에나 통행이 가능하다는 말에 계획된 캠프지에서 야영을 했다.

    다음날 계획보다 1시간 늦은 시간에 산행을 시작한다. 상당히 많은 등산객이 보인다. 대부분 일본인이고 외국인은 거의 보이지를 않는다. 그리고 일본 등산객을 따라 생각 없이 이동을 했다. 그런데 도착한 곳은 로프웨이 중간 승강장이다. 지도를 보니 로프웨이 하단에서 갈 수 있는 길은 없었다. 그리고 다시 500m를 내려와서 등반초입으로 산길을 따라 이동했다. 내려오는 길에 하산 후 다시 올라갈 걱정을 하며 내려가긴 했지만 그 생각은 한치 오차 없이 폭우 속에서 그 길을 다시 올라가야 했었다.


    임도 초입에서도 등산객들이 산행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고 로프웨이를 타기 위해 기다리는 등산객도 보였다. 로프웨이를 타고 이동하는 등산객이 90%는 되는 듯 했고 우리와 같이 하단에서 걸어서 올라가는 이는 거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종주를 한다면 이곳을 기점으로 산행을 시작하지는 않기 때문일 듯 하다. 대부분 우리가 걸어 올랐던 길을 하산하고 있었다.

    그렇게 무료로 차를 세우기 위해 1시간 정도를 더 소모하고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되었다. 임도를 따라 이동하는 길은 5km 정도 되었는데 힘들지는 않았지만 어제의 피로 때문인지 산행 속도가 느렸다. 두 곳의 산악구조대 사무실과 공사 현장을 지나 첫 산장에 도착했고 곧바로 다시 산행을 시작했다. 계속이어지던 임도는 계곡을 만나면서 끝이나고 산길이 시작된다.

    겨우내 쌓여 있던 눈이 녹으면서 북알프스는 여름 내내 물이 풍부했다. 임도의 끝에 있는 간이 식수대에서 목도 축이고 빈물병을 채웠다. 우리가 이동한 등산로에는 중간 중간 식수를 보충할 수 있는 곳이 충분해서 식수를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지도에 표시된 두 번째 산장에 도착했다. 표시된 산장은 산장이 아니라 자그마한 화장실 이었다. 그리고 뜨거워진 발을 눈이 녹은 북알프스 계곡에 잠시 식히며 여유를 부렸다. 계곡 사이에 놓여진 나무 징금 다리를 건너 또 다시 등산로로 접어 들었다.

    11시 즈음에 세번째 산장에 도착을 했다. 여기를 지나면 본격적으로 급경사와 고소에 힘이 들것이라는 생각을 했고 점심을 먹고 출발하기로 결정했다. 산장안에는 산장을 이용하는 사람이나 음식을 사먹는 사람만 이용가능 하다. 그래서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는 나무데크에 앉아서 라면과 빵으로 끼니를 때운다.

    이제는 지도에 표시된 information지점 찾아 이동을 시작한다. 사전에 확인한 등산로였지만 세번째 산장에서 등산로에 대한 정보를 현지 등산객에 다시 물어 보고 출발을 한다.

    얼마쯤 올랐을까 이제는 키가 작은 나무만 보인다. 그리고 가끔 구름 사이로 마지막 능선이 보이기 시작한다.

    마지막 기점 information에 도착. 정상으로 가는 표시와 AED상자 하나만 놓여진 곳에 도착을 했다. 우리를 뒤따르던 젊은 등산객 두명에서 다시 어느 등산로가 수월한지 물어 봤다. 그리고 우리도 그들이 가려고 했던 오른쪽 사면을 따라 마지막 산행을 시작했다. 높은 고도와 경사로 이동 속도는 점점 느려져서 10여미터를 이동하는데 몇 분이 걸렸다. 1시간 넘게 걸려서 드디어 능선에 올라섰다. 지금 그때를 생각하면 고소가 왔는지 뒤쳐진 동료의 짐을 가지러 가지 않은 것이 지금도 아쉬움이 남는다.


    능선에 잠시 앉아 있는데 잠깐 구름이 걷힌 사이로 야리가다케 정상이 보인다. 사람들이 바위 기둥 처럼 하늘로 솟은 정상에 다닥다닥 붙어서 개미처럼 이동하고 있었다.

    정상 산장에 도달했을 때 시간을 벌써 15시를 가르키고 있었고 대원들은 여기서 하산하자고 한다. 그렇게 해도 아쉬움은 없었다. 굳이 정상을 올라갈 필요는 없었고 그냥 돌아설 마음도 있다. 하산시간, 체력, 식량, 날씨 등 여러 상황들이 정상을 갈 것인지 하산을 할 것인지를 결정했다.   음료와 맥주 한잔을 하고 우리는 정상으로 헬멧을 쓰고 이동을 시작했다. 정상으로 향하는 길은 아주 쉬운 릿지 등반길과 같았다. 하지만 실수를 하는 순간에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게 하는 위험한 곳이었다. 정상에 올라서서 주위를 살폈지만 주위를 둘러싼 구름으로 아무것도 보이지를 않았다. 정상에 서면 언제나 더 넓은 발아래 펼쳐진 멋진 풍경을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실망도 아쉬움도 없었다.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곧바로 하산을 시작했다. 하산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었다. 바위 길이 처음인 등산객들로 인해 외길이 하산길은 앞사람이 내려가기를 기다렸다 다시 내려오는 것을 반복했다.


    16시 이제 본격적인 하산을 시작해야 했다. 19시 정도면 해가지고 어둠이 내려서 하산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3시간만에 임도까지 도달을 해야 했다. 엄청난 속도로 하산을 했고 헤드렌턴을 켜고 5분쯤 더 걸어서 임도에 도착을 했다. 안도의 한숨과 고생한 동료에 대한 아련함이 가슴 한구석을 때렸다.

    다행이 임도를 걷는 중간 비가 내렸고 무사히 로프웨이가 있는 곳에 도착을 했다. 이제는 차가 있는 곳까지 이동하는 일만 남았다. 모두가 이동할 필요 없이 혼자 아침에 내려왔던 산길을 따라 주차장으로 이동을 했다. 가는 도중에 엄청난 폭우로 신발부터 팬티까지 모두 젖어 버렸다.

    쉽지 않는 북알프스 최고봉 야리다케 당일 산행이었지만 함께한 동료가 있어 너무 행복한 산행이었고 다시 생각해도 가슴이 벅차다. 그리고 이 어려움을 함께한 악우에게 고맙고 앞으로도 영원히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래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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