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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암벽 등반가들의 성지 요세미티 - 하프돔
    등산 2018. 10. 14. 16:56

     

    암벽 등반가들의 성지 요세미티

    요세미티 국립공원 (Yosemite National Park)미국 캘리포니아 주에 있는 국립공원이다. 공원의 전체 면적은 3,081km²이며, 연간 4백만명이 그 곳을 찾는다고 한다. 요세미티 계곡은 빙하에 의해 형성되었으며, 계곡 옆으로 엄청난 암벽들이 줄어지어 서 있는 곳으로 암벽 등반가들에게는 꼭 한번 가고 싶어하는 곳이기도 하다.

     

    몇 해전 하프돔을 배경으로 사진을 남기며 꼭 다시 와야지 하고 다짐을 했었는데 다짐 때문이었을까? 2016 14명이라는 등반팀을 이끌고 요세미티를 찾았다.

    대원을 모집하고 준비하는 기간만 1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리고 첫 거벽 등반을 위해 매주 체력훈련과 원정에 필요한 기술을 익혔다. 고된 훈련은 금요일 저녁 출발하여 한두시간 찜질방에서 쪽잠을 청하고 인수봉 암벽등반코스 취나드A B 그리고 의대길을 등반하고 다시 울산으로 내려와 토요일 저녁 신불산 중턱에서 비박을 한 후 일요일 쓰리랑 릿지를 하는 고된 훈련을 대원들은 말없이 소화하고 준비를 했다.

    원정기간은 2016 6 3일에서 13일까지 총 11. 짧지 않은 기간이지만 일반적인 요세미티 원정팀에 비하면 짧은 일정으로 팀원 대부분이 직장생활을 하며, 어렵게 시간을 내는 것이라 원정기간을 길게 잡을 수 없었다. 그리고 예산은 1 150만원을 목표로 했다. 이것 또한 도전이었다.

     

    요세미티는 LA 또는 샌프란시스코를 통해서 들어갈 수 있다. 비행기 표를 확인 해보니 부산 출발 LA로 가는 방법이 가장 좋았다. 항공권 구입은 단체 발권을 하지 않고 한명 또는 두명씩 발권하여 왕복항공료를 90만원 내외로 구입할 수 있었다. 렌트와 숙박 또한 온라인을 통해 예약을 하였고 숙박 장소는 계획된 루트를 보고 구글 지도와 비교하여 정확한 위치를 선정, 가장 접근성이 좋은 곳으로 결정을 하였다. 이동 경로와 소요시간은 교통량을 반영하기 위해 온라인에서 원정팀이 방문하는 요일에 맞춰 미리 이동시간을 찾아 보았다. 이렇게 하면 현지에 갔을때 계획서와 동일하게 일정을 맞출 수 있다.

    미국관광비자 ESTA등록, 여행자보험 등등 모든 행정업무와 원정일정을 계획을 마무리 할 즈음 또 다른 문제에 봉착했다. 

    적은 예산으로 해외 원정을 추진하다 보니 등반 장비 부분이 부족한 부분이 많았다. 산악회에 보유한 장비로는 거벽등반을 하기에는 부족했고, 많은 고심 끝에 원정대장은 외부에 지원을 요청하기로 했다. ()콜핑에서 장비 지원과 함께 현대자동차에서도 도움을 주었다. 이렇게 원정팀의 부족한 부분은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해결이 되었고, 2016 5 25() 발대식을 가졌다.

    출국 3일전. 모든 대원이 한자리에 모여 장비 점검을 했다. 각자의 역할에 따라 공동장비를 챙기고 카고백에 포장을 마쳤다. 식량 대부분을 현지에서 구입하기로 하고 준비를 했지만 공동 장비만 100리터 카고백 8개나 되었다. 렌트 차량의 공간을 예측하여 물품을 준비하였다. 

    6 3일 대원들은 태화로타리에 하나둘씩 모였다. 산악회 회원 및 울산산악연맹 부회장님도 나와 주셨다. 드디어 그 동안의 준비를 시험하는 무대에 오른다는 두려움과 기대감을 안고 김해공항으로 향하는 리무진 버스에 올랐다. 원정대 운영 효율을 높이기 위해 14명의 원정대원들은 3개의 소규모 그룹으로 나누었고 소규모 그룹의 리더는 원정단장과 부단장이 그 역할을 수행하였다. 원정대에서 각 대원의 역할과 의사소통은 어느 조직에서 보다 중요하다. 그것은 생명과 직결되어 원정대 전체가 어려움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암벽 등반 자체는 위험한 것이 아니다 다만 지켜야 할 규칙과 원칙을 어기는 경우 본인의 생명 뿐만 아니라 원정대 전체의 생명과 직결되어 위험한 것이다.

    원정 대상지는 앨캐피탄(El Capitan East Buttress)과 하프돔이었다. 등반에 성공하고 예비일에는 관광과 트레일을 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부산에서 출발한 일본항공 JL958편은 나리타까지 나리타에서 LA까지는 JL62 항공기를 이용하였다. 비행시간은 11시간 이상 소요되었다.

    2016 6 3 LA 현지시간 15시 입국 수속을 끝내고 렌트카로 이동을 했다. 엄청난 입국 수속 지연으로 계획된 시간보다 늦어졌다. 요세미티로 들어가기전 샌프란시스코를 거쳐서 들어갈 예정이었던 원정팀은 오후 시간 LA 베니스 마을과 비치, 헐리우드 거리, 그린피스 천문대를 방문하고 식량을 구입후 베커필드 숙소에서 늦게 1일차 일정을 끝냈다.

     

    미국 여행을 할때는 꼭 오프라인 네비게이션 또는 지도 보는 방법을 잘 알고 떠나야 한다. 만약 온라인 네비를 준비해 갔다간 낭패를 보게 된다. 한국처럼 어디서나 데이터 통신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이다. 준비해간 와아파이 전용 아이패드는 GPS수신율이 좋지 못해 사용이 불가능 했다. 로밍은 하지 않아도 기지국 접속이 가능한 휴대폰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이렇게 원정팀의 두대 차량은 국내서에 미리 준비해간 오프라인 지도와 위경도 포인터를 이용하여 목적지까지 무리없이 운행을 할 수 있었다.

    1일차 숙소는 LA에서 샌프란시스코로 이동하는 고속도로 옆에 숙소를 예약하였는데 국내에서 예약하듯 숙박하는 대원들의 개별 이름을 입력하고 예약을 하였다. 그런데 이것이 문제가 될지 몰랐었다. 모든 행정을 담당했던 필자가 결재를 카드로 일괄 결재하려고 하니 반드시 예약자 이름으로된 개별 카드로 각각 계산하라고 했다. 다행이 현금이 충분해 쉽게 문제를 해결하였으나 단체 예약을 하는 경우 한사람 이름으로 예약하는 것이 좋을 듯 했다. 자정이 넘어서야 미국의 첫날 을 마무리하고 잠을 청할 수 있었다.

    2016 6 4일 새벽 5시 숙소를 나와 샌프란시스코로 향했다. 온라인 상에는 숙소의 아침 식사 시간이 6시 부터라고 되어 있었는데 프론터 안내판에 5시 부터라고 되어 있었다. 다행히 원정팀은 숙소에서 아침을 해결하고 출발 할 수 있었다.

    샌프란시스코는 미국 여행이 처음인 원정대원들을 위해 일정을 추가하였다. 예약해둔 파월스트리트 근처 공영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1일 뮤니패스권을 발권하여 대원들에게 나누어 주고 사용법등을 설명했다. 이른 아침 청소전 샌프란시스코 거리는 그야말로 쓰레기장 같았다. 지난번 왔을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고 처음으로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한 대원중에는 샌프란시스코를 떠나며 ‘다시는 샌프란시스코에 안와’라고 했었다. 도시의 높은곳(대한민국으로 말하면 달동네 꼭대기 층)에는 아주 부유한 계층의 사람들이 살고 도시의 외곽에는 극빈민층이 함께 살아가는 모습이 너무나도 낮설게 느껴졌다.

    짧은 오전 관광을 끝내고 13시 정도에 원정대의 최종 목적지인 요세미티 계곡으로 출발했다. 거리는 304Km 3시간 40분이 소요되는 거리였다. 원정 3일차 일정은 하프돔 등반이 계획되어 있었기에 요세미티에 빨리 캠프지를 구축하고 내일을 준비해야 했었다.

    끝이 없이 펼쳐진 아몬드 농장을 지나고 얼마쯤 달렸을까 산이 보이기 시작했다. 씨에라산맥이다. 이번 일정은 북문을 통과하여 요세미티 계곡으로 갔었다. 다행이 어두워지기전에 매표소에 도착을 했다.

    하지만 먼저 출발한 후미 차량이 보이지 않았다. 무전기로 불렀지만 대답이 없었고 전화는 통화가능 지역이 아니라 불가능했다. 그렇게 한동안 대기. 원정단장과 대원들의 결정으로 상황 판단이 안되는 상황에 일단 입장하는 것으로 결정을 했고, 국립공원 연간패스권을 $80에 구입후 요세미티 국립공원에 진입을 하였다.

     

    미국 국립공원은 입장료가 차량당 $30이다. 국립공원 3곳 이상을 여행한다면 한번에 년간 패스권을 구입하는게 유리하다. 일회성 패스권은 한번 발행하면 1주일은 해당 국립공원을 마음대로 왕래할 수 있다. 승합차 또는 승용차에 몇명이 탑승하고 있던 차량당 $30이며, 모든 패스권은 입구에서 구매가능하다. 년간 패스권은 국립공원 홈페이지에서도 구입가능하다.

    꿈에 그리던 요세미티! 눈앞에 하프돔이 보이고 원정대원들은 드디어 요세미티에 왔구나 실감을 했다. 입구 첫 뷰포인터부터 차를 세워 하프돔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북문을 지나 한참을 달려서 요세미티 계곡에 들어섰고 왼쪽으로 970미터 직벽 앨캐피탄이 보였다. 그 웅장함은 직접 보지 않고서는 느낄 수 없을 것이다.

    선두차량은 1시간이상 늦게 요세미티에 도착을 하였고, 하프돔을 등반을 위해 미리 등반 초입에 가까운 곳으로 이동 비박을 하는 계획된 일정을 소화할 수 없게 되었다. 원정팀의 첫번째 위기 상황이 발생했다. 긴급 회의 끝에 계획 변경을 하였다.

    하프돔 등반은 예정대로 진행하지만 비박은 하지 않고 요세미티 밸리에서 캠프후 3일차 새벽 3시 선발대 출발, 4시에 후발대는 캠프지 정리후 출발하는 것으로 계획을 변경했다.

    하프돔 등반일 새벽이 밝았다. 선발대가 먼저 떠나고 캠프지를 정리후 후발대도 출발했다. 미스트 트레일을 따라 버널 폭포를 지나고 네바다 폭포를 지날 즈음 선발대를 만났다. 6월초의 요세미티는 물이 엄청 많은 시기였다. 아직 산정상부위에는 눈이 남아있고 녹아내린 물로 계곡마다 물이 넘쳐흘렀다.

     

    하프돔 등반 초입으로 가는 길은 일반 등산객이 산행하는 길이 아니라 사전에 준비한 GPS트랙으로 접근 할 수 밖에 없다. 한차례 길을 잘못 들긴 했지만 그렇게 원정대는 초입아래까지 무사히 접근을 했고 그 자리에서 장비를 착용하라는 등반대장의 지시에 따라 장비를 착용했다. 다시 초입으로 이동하려는데 스웨덴? 등반가 두명이 먼저 앞으로 가는 것이었다. 서둘러 그 뒤를 따라 이동했다. 뒤에서 보니 한명은 등반을 좀하는 친구이고 나머지 한명은 산행중 발을 딛는 동작을 보니 초보라는 것이 확실이 보였다. 그래서 등반대장에게 먼저 이동할 것을 전달했고 우리팀이 그들을 추월하여 초입에 먼저 도착을 했다.

    초입에는 벌써 등반중인 일본 원정대가 있었고, 대기중이

    인 클라이머도 3명이 있었다. 그리고 우리팀 뒤로 두팀이 더 왔다. 그렇게 새벽부터 출발해서 초입까지 이동했지만 먼저 도착해 루트를 선점한 등반대로 인해 등반시간이 많이 늦어졌다.

     

    등반 초입에서 바라본 등반중인 7명의 원정대는 각 피치마다 등반 속도가 너무 느려서 거의 움직임이 없는듯 보였다. 그리고 드디어 우리 앞에 원정팀이 출발을 했다. 선등자의 첫피치 등반을 보는 순간 오늘 계획된 등반을 끝낼 수 있을까 걱정이 밀려 왔었다.

    뒤에 있는 등반팀에서 ‘오늘은 안되겠다 다음에 오자 … 한국팀 인원이 14명이나 되는데 아무래도 돌아가야겠다.’라며 이야기하는 것이 들려 왔었다. 그리고 바로 뒤에 있던 팀리더가 물어본다. ‘먼저 가면 안될까?’ … 등반대장에게 보고했고 대장과 팀원들은 두명인데 빨리 가겠지 하고 먼저 보내라고 승낙을 했다. 그리고 그들은 우리 앞에 출발을 했다. 하지만 그들도 등반시간을 많이 지연시켰다.

    드디어 하프돔 첫피치를 등반대장이 리딩을 했다. 지금 생각을 해도 가슴이 뭉클하다 그 순간을 위해서 얼마나 기다려 왔던가 사진으로 동영상으로 얼마나 보았던지 현지에 도착했을때 내가 여기 왔었던가 하는 착각이 들정도였으니 말이다. 2피치를 올라 수백미터 아래를 내려다 보니 요세미티 계곡이 한눈에 들어왔다. 멀리 보이는 산정상에는 아직도 많은 눈이 쌓여 있었다. 그렇게 4피치까지 등반은 순조롭게 진행되는듯 했다.

    4피치에서 얼마나 기다렸을까? 바위에 매달려 아름다운 경치를 마음껏 감상할 수 있었지만 시간이 문제였다. 등반후 그때 상황을 들을 수 있었다. 앞에 보낸 두명의 클라이머가 사전 루트 파악이 안된 상태에서 등반을 계속 지연하였기 때문이었다. 정상에 올라선 시간은 19. 어두워지기 전에 안전을 위해 하강을 해야 했다. 서둘러 사진촬영을 끝내고 아쉬운 발걸음을 옮겼다. 와이어 케이블로 하산을 하고 트레일을 시작할 즈음 어둠이 깔렸다. 새벽에 4시에 출발하여 등반후 다음날 새벽 1시에 캠프지로 복귀를 했다. 전체 등반시간이 21시간이 소요되었다.

     

    원정 4일째. 지난 밤의 고된 등반으로 녹초가된 대원들은 텐트에서 느즈막히 일어났다. 휴식일로 다음 등반 대상지인 앨피캐탄을 답사만 하고 돌아오면 되었다.

    요세미티에서 캠핑을 하려면 미국 국립공원 예약 사이트에서 사전에 예약 등록을 해야 한다. 현장에서 빈 사이트가 있는 경우 사용할 수 있으나 6월 부터 8월까지는 빈자리가 없다. 온라인에서도 캠프 사이트를 예약하는 것은 국립공원 자연휴양림을 예약하는 것처럼 잡기가 힘들다. 원정팀은 하루를 제외하고는 예약 사이트가 아닌 하루 하루 선착순으로 사이트를 사용할 수 있는 캠프4를 이용할 계획이었다. 이 또한 밤새 레인져 간이 사무실 앞에서 비박을 한후에나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캠프4에 자리를 잡고 앨캐피탄으로 이동을 했다. 중앙 등반루트 노즈를 지나 원정팀이 선정한 이스트 버트레스로 향했다. 1km쯤되는 직벽에는 중간 중간 클라이머들이 등반을 하고 있었다.

     

    등반 초입으로 절반쯤 이동 했을까? 후미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급하게 뛰어서 내려가니 대원한명이 너덜지대에 쓰러져 있었다. 언제 왔는지 레인져 한명도 옆에 와서 상태가 어떤지 계속 질문을 했다. 그리고 옆에서 ‘앰블런스를 불렀다. 헬기를 오라고 하겠다’라고 … 순간 이를 어쩌나 하는 생각에 다급히 ‘No thanks. Just she is so tired.’ 그리고 대원의 상태를 확인하니 의식도 있고 의사표현이 가능한 상황이라 의사를 물었고 잠시 쉬면 괜찮아 질꺼라 했다. 그렇게 상황이 정리 되는 듯 했으나 또 다른 레인져도 출동을 했고 아래쪽에는 벌써 엠블런스가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었다. 한참동안 환자의 상태와 우리의 말을 듣고 있던 레인져는 어느 정도 안심이 되었는지 괜찬겠느냐는 질문을 다시하고는 돌아서서 내려갔고 후미를 따르던 대원 모두는 그 자리에서 돌아서서 하산을 했다.

    초입까지 답사를 끝낸 대원들이 하산을 하고 베이스캠프로 복귀를 했다. 두번째 등반은 첫 등반지인 하프돔 보다는 난이도가 있는 벽으로 전 대원이 등반을 시도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등반대장은 초입 답사후 지원하는 대원 모두 등반에 참여 시키겠다고 발표를 했다. 전혀 예상치 못한 결정에 걱정과 혼선을 예상했지만 무난히 등반대원은 결정이 났다. 체력적인 한계와 원정대의 상황 그리고 또 다른 계획을 고려해서 였는지는 모르지만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6명의 대원에게 기회를 양보하였고 단장을 포함하여 7명이 등반대원으로 결정이 되었다.

     

    원정 5일째. 등반, 산행 그리고 베이스 캠프에 남아 있는 세팀으로 조직을 재편하여 일정을 시작했다. 등반팀을 새벽 밥을 먹고 출발을 하였고 산행팀은 여유롭게 시에라산맥을 돌아보기 위해 베이스 캠프를 출발하였다. 등반팀이 걱정은 되었지만 산행팀의 일정이 있었기에 서둘러 길을 나섰고 최종 목적지인 자이언트 트리가 있는 세콰이어 국립공원으로 가는 길에 다양한 미국 문화와 먹거리를 맛볼 수 있었다. 베이스 캠프로 돌아오는 길에 글레이셔 포인터에도 들렀다. 원정대가 등반한 하프돔이 한 눈에 보이는 곳으로 요세미티 계곡 전체를 한폭의 액자에 담은듯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할 수 있는 곳이었다. 그 시간 등반팀은 마지막 피치를 등반 중이었다. 무전기로 베이스 캠프와 교신하는 내용이 수신되었다.

    서둘러 글레이셔 포인터를 내려와 베이스 캠프로 복귀 했고 등반팀의 자세한 상황을 들을 수 있었다. 다행이 등반은 완료하였으나 등반 지연으로 캠프로 복귀하지 못하고 비박을 하게 되었다. 7명 모두 건강하게 등반을 완료하고 비박지를 구축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산행팀도 다음날 돌아올 등반팀을 위해 남아있는 식량으로 음식 준비를 마치고 일정을 마무리 했다.

    원정 6일째. 등반팀은 새벽부터 하산을 시작했다고 연락을 해왔다. 캠프지에 남아 있던 대원들은 둘러보지 못한 요세미티 공원을 산책했다. 미러 레이크는 주위에 하프돔과 바위들의 아름다운 경치를 한폭의 그림 처럼 물위에 그리고 있었다. 등반팀이 힘들게 하산하던 그 시간 산행팀은짧은 트레일 코스를 걸어며 원정중 가장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캠프지에 다시 돌아 왔을때 등반팀이 도착 해 있었고 준비해둔 음식을 비우고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하나 같이 초췌해 보이고 어제의 힘들었던 등반이 그대로 얼굴에 묻어나는 듯 보였으나 그 힘든 얼굴속에는 무언가 해냈다는 자부심과 뿌듯함이 함께 있었다.

    이렇게 요세미티 원정대는 목표했던 하프돔 전대원 등반과 앨캐피탄 등반을 아무 사고없이 무사히 성공을 하였다.

     

    남은 일정은 관광과 휴식 뿐이었다. 등반팀이 휴식을 취하는 동안 산행팀은 전날 잠시 들렀던 글레이셔 포인터에 비박을 하기로 하고 이동을 했다. 글레이셔 포인터로 오르는 트레일은 다시 가보고 싶은 트레일 중에 하나이다. 오르면서 보이는 요세미티 계곡은 사진에서 보았던 것보다 더 아름다웠다. 등반팀이 올랐던 루트가 한눈에 들어왔고 오른쪽으로는 엄청난 물 소리를 내며 떨어지는 요세미티 폭포는 또하나의 볼거리였다. 잊을 수 없는 클레이셔 포인터 트레일을 석양이 질무렵 끝을 낼 수 있었는데 전망대에서 바라본 하프돔의 일몰은 또하나의 그림이었다. 하프돔 등반 루트에는 개미처럼 보이는 클라이머들이 보였다. 전망대 앞 망원경이 있는 평평한 바닥에 비비색을 펼쳤다. 가볍게 맥주 한잔을 하고 하늘을 보고 누웠는데 그 때의 하늘은 말로 표현 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구름 한점 없는 하는에 떨어질듯 수많은 별들이 수를 놓고 있었다. 그리고 동쪽 하늘에는 은하수가 드리워져 꿈같은 비박을 보냈다.

     

    원정 7일째. 아침 햇살이 하프돔 정상부위를 지나 눈으로 들어온다. 요세미티는 매 순간마다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오는 것 같았다. 어제와 다른 그리고 잠깐 사색에 잠기는 순간 또 다른 매력을 뽐내고 있었다. 새벽부터 미국인 아주머니가 일출을 보기 위해 왔다가 우리를 보고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운다. 자기는 여기서 잘생각을 못했다고 굿 아이디어 란다. 하기야 오는길에 보았던 곰을 생각하면 밖에서 자는것은 아주 위험한 일이다.

     

    라스베가스를 향해

    요세미티의 마지막 밤을 멋지게 보내고 라스베가스로 향했다. 원정기간중 가장 이동거리가 가장 길었던 일정이었다. 하루 종일을 차에서 보내야 했는데 차창가로 보이는 것은 사막과 구름 뿐이었다. 도중에 자동차 기름이 없어 주유소만 나오기를 손꼽아 기다린 기억도 있고 헤아일수 없을 만큼 많은 풍력발전기 숲을 보기도 했다. 끝이 없을것 같았던 길은 Welcome to Las vegas 표지판을 뒤로하고 목적지인 라스베가스 시내로 접어 들었다. 1호차는 2호차와 라스베가스에서 만나기로 했고 연락을 취했다. 그러나 그때도 연락이 되질 않았다. 미국이라는 나라가 강대국이긴 하지만 통신 취약지역이다. 워낙 땅덩어리가 넓어서 그럴수도 있지만 사실 중국보다 못하다.

     

    이렇게 또 계획된 일정을 소화할 수 없을까 급히 계획을 변경하였고 먼저 도착한 차량은 서둘러 호텔로 향했다. 라스베가스 메인스트리트를 투어하며 호텔에 도착 체크을 했다. 그리고 많은 시간이 흐른후에나 뒤따르던 차량이 도착했고 원래 계획되어 있었던 일정은 취소되고 간략하게 라스베가스를 즐기고 다음을 기약했다.

    라스베가스는 다음 계획된 Zion Canyon 트레일과 Slot Canyon, Grand Canyon을 위한 중간 기착지였다. 숙박료도 저렴하고 한번쯤 가볼만한 도시이다. 24시간 경찰이 활동을 하고 밤에도 대낮처럼 불을 밝히는 미국내에서도 치안이 좋은 곳이다.

    원정 8일째. 오랜만에 호텔에서 편안히 휴식을 취한 대원들은 밝은 표정으로 호텔앞에 한두명씩 모였다. 다음 목적지는 자이언캐년. 미국 동부에 있는 여러 국립공원들은 저마다 독특한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모두 똑같을 것 같지만 그속을 들어가보면 각 국립공원이 가진 아름다운 속살을 볼 수 있다. 급하게 버스를 타고 뷰포인터만 내렸다 다시 다른 곳으로 가기에는 볼것이 너무 많은 곳이다.

     

    자이언캐년에서 가장 유명한 엔젤스랜딩(Angels Landing) 트레일을 시작했다. 이른 아침부터 꽤많은 관광객이 공원내 버스에 올랐다. 국립공원에는 어디를 가나 공원버스가 있다. 입장료를 내고 들어오기만 하면 공원내 버스는 일주일 동안 무제한 이용가능하다.

    Grotto정류장에 내려서 트레일을 시작했다. 올라갈 수록 웅장한 자이언캐년의 바위들의 모습에 감탄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올라온 길을 돌아보면 구불구불한 등산로가 장관이었다. 위험하다고 하는 트레일인데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이었다.

    트레일을 끝내고 입구 승강장에 도착하니 버스를 타려고 기다리는 줄이 끝이 안보였다. 조금만 늦게 왔다면 시간내 트레일을 끝낼 수 없었을 것 같았다. 주차장에서 컵라면과 준비한 간식으로 허기를 달래고 앤슬로프가 있는 슬롯캐년으로 출발했다.

    네비게이션을 설정하고 출발 ~ 도착시간이 16시이후였다.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을 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도착시간은 15시 그러나 네비게이션은 16시를 알렸다. 그리고 두 차량은 마지막 입장시간내 도착하기 위해 쉬지도 못하고 먼길을 달렸다.

     

    예약한 마지막 입장시간이 16시 이후에 도착하면 입장이 불가능하다. 자이언캐년이 있는 유타주에서 아리조나로 열심히 달렸다. 그리고 원정대는 한시간이나 일찍 공원에 도착을 했다. 이동중에 깨달았지만 시간대가 변경되었던 것이었다. 한국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일이니 다음에 또 가더라도 실수를 할 것 같다. 예상치 못한 여유로 대원들은 편안히 휴식을 취하고 앤슬로프캐년을 관광할 수 있었다.

     

    앤슬로프 캐년은 사진가 들에게 유명한 장소이다. 1997년 일반인에게 알려졌었고 사고이후 가이드를 동반하지 않으면 들어갈 수 없게 되었다. 밖에서 보면 뭐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 속으로 들어가면 오랜동안 사암이 깍여 만든 자연의 예술작품을 만날 수 있다. 똑같은 장소라도 매시간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곳이다. 빛으로 물든 사암의 멋진 모습에 한동안 가든길을 멈출 수 밖에 없다. 그래서 가이드는 ‘Lets Go’를 계속 외치는 곳이기도 하다.

    말발굽 모양의 계곡-호스밴드로 가려던 계획은 취소하고 곧바로 그랜드캐년 캠핑장으로 출발을 했다. 그랜드 캐년 캠핑장은 6월초에는 예약이 가득 차지는 않는듯 했으며 상대적으로 다른 국립공원보다 예약을 쉽게 할 수 있었다. 캠핑장은 넓고 깨끗하며 잘 관리되어 있어서 한동안 머물고 싶었던 캠핑장 이었지만 짧은 일정으로 하루만 보내고 철수를 해야 했다. 그랜드 캐년의 캠핑은 원정기간중 마지막 캠핑으로 풍성하게 차려진 음식으로 든든하게 하루를 마무리 했다.

     

    원정 9일째. 밤새 비가 내렸지만 새벽녘에 비가 멈추면서 상쾌한 그랜드 캐년의 아침을 맞이하였다.

    국립공원을 하루 만에 모두 둘러 본다는 것은 정말 일부만 느끼고 가는 것이다. 지난 여행에서 트레일을 따라 전체를 둘러보았고 이번에는 자전거를 빌려서 여행을 했다. 자전거로 그랜드 캐년을 둘러보는 것도 나름 재미와 특색도 있겠지만 처음 방문하시는 분이라면 걸어서 구경하기를 권하고 싶다. 천천히 걸어서 여행을 하는 것이 그랜드 캐년을 좀 더 자세히 볼 수 있을 것이다. 가끔은 공원버스도 타면서 휴식도 취하고 여유도 부릴 수 있다. 여행이란 그곳에서 사는 사람들과의 교감이 아닐까함께 버스를 타고 걸으로면서 그들의 문화와 정서를 이해하는 것도 여행의 한 부분이다.

     

    그렇게 속성으로 그랜트캐년 사우스림의 서쪽코스를 끝내고 LA로 들어가기전 마지막 숙소인 바스트로우 숙소로 향했다. 라스베가스에 가면 뷔페를 꼭 맛보고 가라고 한다. 바쁜 일정에 계획된 뷔페를 가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단장님이 바스트로우에 가면 현지식 스테이크 집으로 가자고 했다. 바스트로우는 아주 작은 도시라 식당이 있을까 했는데 때마침 작은 식당이 눈에 들어왔고 원정팀은 그기서 맛있게 현지식을 즐길 수 있었다. 여행지에서의 식당 선택은 현지인이 평소 이용하는 음식점이 최고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줬다. 치장만 화려하게한 관광지 음식점은 항상 특색 없는 음식들로만 가득하다.

    마지막 숙소에서 짐을 풀었을때에는 그동안의 피로가 몰려들었었다.

    원정 10일째. LA공항에서 출국수속을 하고 이제 귀국하는 일만 남았다. 6월초의 미국 동부 날씨는 너무도 좋았다. LA로 차를 달리며 더 넓은 초원과 사막을 바라보았을땐 아쉬움과 허전함이 동시에 밀려왔다. 14명이라는 많은 인원을 이끌고 초행길을 나섰던 그 힘은 함께한 대원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리고 그 준비를 위해서 서로에게 힘이되고 의지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원정내내 고난과 위기의 순간이 왔지만 그때마다 잘 헤쳐나갈 수 있었던 것도 원정팀의 팀웍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로스엔젤레스 공항을 힘차게 날아오르는 비행기에 앉아 저마다의 생각에 잠겨 떠나는 아쉬움 보다는 내일의 또 다른 꿈과 계획을 그리고 있었다.

    다음은 마테호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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